400년 전 사라진 왕실 보물선, 그 흔적을 찾다
스코틀랜드 파이프주 번틀랜드 지역의 유산보존단체 '번틀랜드 헤리티지 트러스트(Burntisland Heritage Trust)'가 17세기 왕실 보물을 실은 채 침몰한 목조 페리선 '블레싱 오브 번틀랜드(Blessing of Burntisland)'의 난파 지점을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수중 음파 탐사와 실제 잠수 조사, 그리고 목재 시료 회수 작업을 통해 번틀랜드 마을에서 약 1.5km 떨어진 해역에서 유력한 난파 지점을 확인했다며, 확보한 증거를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1633년, 폭풍 속에 가라앉은 왕실 화물
블레싱호는 1633년 7월, 스튜어트 왕가의 찰스 1세가 스코틀랜드 대관식 순회 일정을 소화하던 중 번틀랜드에서 리스로 향하다가 예상치 못한 거센 풍랑을 만나 침몰했다. 당시 승선했던 35명의 승객과 선원 중 생존자는 단 2명뿐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페리선에는 당시 시세로 약 10만 파운드에 달하는 왕실 소유물이 실려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보석류와 직물, 주화, 귀금속 식기류 등이 포함됐으며, 일부 기록에는 앞서 헨리 8세를 위해 특별 제작된 금·은 만찬 식기 세트도 함께 실려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다만 정확한 화물 목록과 현재 가치로 환산한 손실 규모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탄소연대측정 등 추가 검증 필요
당시 페리선의 정확한 규모를 기록한 자료는 남아있지 않지만, 이번 탐사 결과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는 난파선의 길이는 약 17m로 파악됐다.
트러스트 측 보고서에 따르면, 지하투과레이더(GPR)와 첨단 스캐닝 장비, 직접 탐사를 결합한 조사를 통해 난파선으로 추정되는 지점을 찾아냈으며 "채취한 목재 코어 샘플이 블레싱호일 가능성을 강하게 뒷받침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수된 자재를 바탕으로 추가 발굴 작업도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탐사팀을 이끈 이언 아치볼드(Ian Archibald)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역사적인 난파선 지점을 찾았을 수는 있지만, 아직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특정하지는 못했다"며 "목재 시료를 회수했지만 이것이 어느 선박에서 나온 것인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고, 다음 단계로 탄소연대측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회수된 목재 시료는 영국의 난파물 관리기관인 '리시버 오브 렉(Receiver of Wreck)'에 신고된 상태다.
30년 넘게 이어진 탐사의 결실
이번 발견은 지역 연구자들과 헤리티지 트러스트가 30년 넘게 추진해온 조사의 연장선에 있다. 그동안 스쿠버 다이버들이 소나로 포착된 여러 지점을 조사해왔지만, 강한 조류와 깊은 뻘, 거의 제로에 가까운 시야 때문에 조사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다이버들은 그간 도자기 파편과 가죽 신발 조각, 각종 금속 고정구 등을 회수했으나, 블레싱호라고 확정할 만한 결정적 증거는 찾지 못했다. 주변 해역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항공기 잔해를 포함해 수백 개에 달하는 잠재적 탐사 대상이 확인된 바 있다.
트러스트가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의 뿌리는 1970년대 후반 시작된 연구로 거슬러 올라가며, 본격적인 해양 탐사는 1991년부터 시작됐다.
확인되면 스코틀랜드 대표 해양고고학 유적으로
만약 이번 발견이 블레싱호로 최종 확인된다면, 스코틀랜드 역사상 가장 중요한 해양고고학 발굴 사례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현지에서는 벌써부터 번틀랜드에 방문자 센터나 박물관을 세워 페리선의 사연을 소개하고, 적법하게 회수된 유물을 전시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