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수중에서 직접 채취한 프리다이버의 혈액
프리다이버가 숨을 참고 깊은 바다로 내려갈 때 몸속에서는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동안의 연구는 대부분 잠수 전이나 후에 측정하거나, 맥박산소측정기 같은 간접적인 방법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연구진은 실제로 수심 80m까지 잠수하는 엘리트 프리다이버의 동맥에서 직접 혈액을 채취해, 잠수 도중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산소와 이산화탄소 수치를 추적했다.
이 세계 최초의 실험을 이끈 사람은 오클랜드 대학 마취학과장이자 테크니컬 다이버인 사이먼 미첼 교수와, 마취전문의 톰 스콧 박사다. 연구팀은 카리브해의 도미니카에서 프리다이버들이 점점 더 깊이 잠수하는 동안 혈중 가스 농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단계별로 기록했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벌어지는 일
이번 연구의 핵심은 잠수 중 혈액 속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가 수심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실시간으로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깊은 수심에서 프리다이버들이 종종 보고하는 기이한 정신적 증상들, 이를테면 몽롱함이나 판단력 저하 같은 현상의 생리학적 배경을 설명할 단서를 얻었다.
수면 바로 앞에서 찾아오는 블랙아웃
더 중요한 발견은 상승 마지막 구간에서 발생하는 블랙아웃의 메커니즘이다. 프리다이버는 수면에서 들이마신 한 번의 숨만으로 잠수와 상승을 모두 마쳐야 한다. 문제는 수심이 얕아질수록 폐 속 산소 분압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깊은 수심에서는 압력 덕분에 낮은 산소 농도로도 버틸 수 있지만, 수면 근처로 올라올수록 압력이 낮아지면서 혈중 산소 농도가 순식간에 곤두박질친다. 이번 실험은 이 과정을 실제 혈액 데이터로 입증했으며, 왜 수면을 코앞에 두고도 다이버가 의식을 잃을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앞으로의 연구 방향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프리다이빙 안전 교육과 블랙아웃 예방 전략을 재정비하는 데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후속 연구에서는 더 다양한 잠수 프로필과 개인차에 따른 혈중 가스 변화를 추가로 분석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프리다이버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이해하고, 버디 시스템과 안전 수칙을 더 엄격히 지켜야 하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고 평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