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선 잔해에서 나온 군화 한 짝
필리핀 해역에 잠들어 있는 2차세계대전 일본군 수송선 오료쿠마루(Oryoku Maru)호 잔해에서 미 해군 소속 다이버들이 미군용 군화를 수습했다.
오료쿠마루호는 이른바 '헬십(Hellship, 지옥선)'으로 불리는 선박 중 하나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은 필리핀 등지에서 포로로 잡은 연합군 병사들을 좁고 열악한 화물칸에 짐짝처럼 실어 일본 본토나 다른 점령지의 강제노역 현장으로 이송했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포로들이 질식, 탈수, 굶주림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수송선들이 아무런 표식 없이 운항되면서 연합군 잠수함이나 항공기의 공격 목표가 되는 경우가 잦았고, 오료쿠마루호 역시 그렇게 침몰한 배 중 하나로 기록돼 있다.
수중 조사와 유물 인양
이번에 군화를 발견한 것은 임무 수행 중이던 미 해군 다이버들로, 침몰선 잔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포로로 있었던 미군 병사의 것으로 추정되는 군화 한 짝을 찾아냈다. 이는 단순한 유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오료쿠마루호와 같은 헬십에서 희생된 미군 포로들의 유해와 유품을 찾는 작업은 미군 당국이 오랫동안 이어온 실종자 수색·신원확인 사업의 일환으로, 이번 발견 역시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침몰선 다이빙과 역사적 가치
오료쿠마루호를 비롯한 헬십 침몰선들은 난파선 다이빙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역사적 의미가 큰 탐사 대상으로 꼽힌다. 다만 이런 잔해는 전사자들의 무덤이자 유해가 남아 있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한 만큼, 접근과 조사에는 각별한 예우와 신중함이 요구된다. 이번 군화 인양 소식은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바닷속에 잠긴 역사의 흔적이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 있음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