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 마이크가 포착한 충격적인 폭발음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산호초 지역 중 한 곳에서, 불법 어민들이 거의 매시간 폭발물을 터뜨려 물고기를 잡고 있는 것으로 새로운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
문제의 현장은 술라웨시 남서부 해안에 자리한 스퍼몬드 군도다. '코랄 트라이앵글(Coral Triangle)' 해역에 속해 있어 해양 생물이 유난히 풍부한 이곳은, 오래전부터 폭탄어업이 성행하는 지역으로 의심받아 왔다.
폭탄어업(blast-fishing 또는 bomb-fishing)은 사제 폭발물을 물속에 던져 넓은 범위의 물고기를 한꺼번에 죽이거나 기절시켜 잡아내는 방식이다. 손쉽게 대량 어획이 가능하지만 단속이 어렵고, 폭발이 물고기뿐 아니라 주변 생물을 무차별적으로 죽이고 살아있는 산호까지 파괴해 결국 복잡한 산호초 생태계를 자갈밭으로 만들어버린다.
16개월간 3,650시간 녹음, 폭발 3,570건 포착
영국 연구진이 이끄는 조사팀은 직접 잠수해 산호초에 자동 수중음향 녹음기(하이드로폰)를 설치하고, 주기적으로 되돌아가 녹음 자료를 회수했다. 이렇게 16개월에 걸쳐 모은 녹음 시간은 총 3,650시간에 달했다.
분석 결과 연구진은 약 3,570건의 폭발음을 확인했다. 평균 62분마다 한 번꼴로 폭발이 발생한 셈이다. 이 비율을 1년으로 환산하면 약 8,500회의 폭발이 일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폭발음은 물속에서 최대 17km 떨어진 곳까지 전달될 수 있어, 녹음만으로는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폭발이 일어났는지 특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이 정도 빈도라면 매년 최대 16만㎡(16헥타르)에 달하는 산호초가 훼손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AI로 한 달 치 녹음을 4시간 만에 분석
이렇게 방대한 음향 데이터를 사람이 일일이 듣고 분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연구팀은 폭발 특유의 음향 패턴을 인식하도록 머신러닝 시스템을 훈련시켰고, 그 결과 한 달 분량의 녹음을 약 4시간 만에 분석해낼 수 있었다. 이는 원격지 산호초를 저비용으로 상시 감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연구를 이끈 런던동물학회(ZSL)·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소속 벤 윌리엄스 박사는 이번 결과를 "충격적(sobering)"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현재 추산된 속도라면 바티칸 시국 면적에 맞먹는 산호초가 단 3년 만에 파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에는 마스 산호초 복원 프로젝트(Mars Coral Restoration Project) 모니터링팀도 함께 참여했다.
지역사회에도 이어지는 피해
연구진은 폭탄어업의 피해가 해양 생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연안 지역 주민들은 어획량, 관광 수입, 그리고 태풍으로부터의 보호까지 건강한 산호초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빈곤과 대체 생계 수단 부족, 허술한 단속이 맞물려 장기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폭발물 어업이 계속되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파일럿 연구, 그러나 확장 가능성 커
이번 조사는 폭탄어업 의심 지역 한 곳을 대상으로 한 파일럿 연구인 만큼, 그 수치를 인도네시아 전체나 인도-태평양 지역 전반에 대한 추정치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다만 이번에 개발된 모니터링 기법은 다른 지역에도 적용해 폭탄어업 다발 지점을 찾아내고, 활동 패턴을 파악해 당국의 순찰 계획 수립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단속만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더 나은 모니터링 체계와 함께 지역사회 주도의 대안 생계 지원, 산호초 복원 지원 등을 병행할 것을 제안했다.
랭커스터대학교의 산호초 연구자 팀 라몬트는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생물다양성 거점에서 폭탄어업이 여전히 만연하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면서도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고무적인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 저비용 장비로 폭발을 자동 감지할 수 있게 된 만큼, 감시와 단속 분야에서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는 문이 열렸다"며 "이 기술이 전 세계 폭탄어업 근절 노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ZSL이 발행하고 와일리(Wiley)가 출판하는 학술지 '리모트 센싱 인 에콜로지 앤드 컨서베이션(Remote Sensing in Ecology and Conservation)'에 게재됐다.

